몇 년전 외할머니댁에 갔었다. 하룻밤을 자고, 잠에서 덜 깬 상태였지만, 여느 시골이 마찬가지듯 이른 새벽부터 외할머니께서는 아침준비에 여념이 없다. 외손자가 깰까 조용한 움직임으로 아침밥상을 차리시는 외할머니의 배려심은 언제나 한결같다. 시골밥상이라는 게 간소하며 투박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방학마다 놀러온 시골밥상에 익숙해져 있고, 구수한 시골밥상이 언제나 향수를 자극한다. 된장찌게와 함께 오른 반찬은 계란찜! 노란 색깔이 매우 진했다. 숟가락으로 계란찜을 큼지막히 구멍을 내어 퍼 입속에 넣는다. 깜짝 놀랐다. 이전에 먹어보지 못한 계란찜맛이다. 무어라 표현하기 힘들만큼 계란찜은 입에서 살살 녹았고, 단백한 계란맛이 뇌를 진동시킨다. 이제까지 먹어오던 계란찜은 도대체 무언인가하는 생각마저 드는 감동적인 ..
보라매공원은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그런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 치곤 맛집이 별로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특히 대개 프랜차이즈의 무차별적인 입점들로 맛보다는 그냥 접근성과 취향의 차이일 뿐 매력적인 공간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몇 번 가보고 나면 그게 그 맛같고, 그리고 뜨문뜨문 가다 다른 좋은 맛집이 생기면 그곳으로 다시 둥지를 튼다. 그게 일반적인 요즘 스타일의 음식점 탐닉방식이다. 보라매공원에서 만날라치면 꼭 음식데 대한 선택에 장애가 생긴다. 근데 이번에 새롭게 멤버들이 가보자고 한 곳은 스쿨푸드였다. 학교음식! 나로선 분식이 떠오른다. 아닌게 아니라 분식집이다. 근데 분위기가 다르다.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와 서버하는 매니져들도 깔끔하게 유니폼을 챙겨 입고 있다. 예전같이 파마한 아줌마..
수영모임 멤버의 생일파티를 위해 모임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다. 보라매공원 근처에 맛집이 있는지 잘 알수 없는 찰나 생일자가 장소를 하나 추천한다. 이미 예전에 한 번 온 곳이라며, 경치도 좋고, 맛도 좋다는 것이었다. 설마 얼마나 좋을까 기대반 의심반이었다. 검색하여 보라매공원 맛집에서 보라매 보일드브로커리가 나와 내용을 살펴보니 샤브샤브집이고 기본적인 샐러드바를 갖춘 풍경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보라매공원 주변에 맛집이 있다는 이야기를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맛집이라는 것이 맛만 좋다고 맛집은 아니기 때문이다. 난 식당의 분위기와 직원들의 친절도를 매우 중시하는 편이다. 아무리 맛이 좋다고 해도 가봐서 불친절하면 다신 가지 않는다. 보라매공원 맛집 리스트라고 나오는 것들도 그닥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
명동으로 가을소풍을 나왔다. 요즘 곧잘 비가 내려 밖으로의 콧바람을 쐬기가 쉽지 않았다. 날씨는 흐렸지만 지하철을 타고 곧장 명동으로 향했다. 명동역에 내려 명동의 메인 스트리트에 발을 내딛는 순간 쏟아지는 인파에 역시 명동이구나 싶었다. 중국 여행객이 가득하고 여기 저기 상점에서 물건 파는 이들이 중국어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며 여기가 국제적 동네가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동성당을 들러 가을 풍경과 운치를 즐기고 바로 배를 채우기 위해 향한 곳이 명동의 소문난 맛집인 명동교자였다. 원래 명칭이 명동칼국수인데 유사상호를 쓰는 곳이 많아 명칭을 명동교자로 바꾸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왔더니 이곳 명동교자가 선불이었던걸 잊고 있었다. 명동교자 칼국수 한그릇에 8천원! 나오는 데는 십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