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미인도가 한때 유행을 탔던 때가 있다. 이유는 인즉 많은 여성들이 성형수술을 하면 대개 원하는 페이스와 욕망이 하나같이 똑같음을 비꼬는 의미가 컸다.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현대사회의 특징임을 잘 살린 도시미인이기도 하다. 비단 이러한 풍조는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전세계 미인대회를 휩쓰는 베네수엘라에는 미녀사관학교가 있다하며 그곳을 거쳐 나오면 애비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딸의 외모가 바뀐다는 것이다. 만화같음 이야기다. 미녀의 공식처럼 들리는 개념들을 정리해보면 오똑한 콧날, 싱그런 쌍꺼풀, 눈확장공사 앞뜨임과 뒤트임, V라인 턱, S라인 허리와 애플힙 등 머리에서 발끝까지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말하는 몸매라고 찬양한다. 미의 기준이 하나일 수 없는데 획일화되고 도식화된 미의 기준이 답답함을 느끼..
친한 형이 뮤지컬 티켓을 선물로 줬다. 평소 돈이 없어 비싼 뮤지컬을 보지 못했는데 이게 왠 떡인가 싶었다. 팜플렛을 살펴보니 백제시대 근초고왕 인물들을 테마로 한 창작 뮤지컬 이었다. 예전 2010년 KBS 대하사극 근초고왕을 무지 재밌게 봤었기 때문에 대충 인물들의 이름을 알고 있던 터에 근초고왕의 이름인 부여구기 주인공임을 인지했다. 유명한 배우는 나오디 않지만 많은 연기자와 스태프들이 힘을 모아 열심히 준비했을 터 요즘은 이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마무리 짓는 모습들이 아름답게 보였다. 뮤지컬은 음악, 미술, 의상, 연기 등 종합적인 예술이기 때문에 언제나 사람을 설레게 한다.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다음주 토요일에 아는 지인들과 스케줄을 조정해서 감상해 보련다. 세상을 잘 살아야한..
'사운드 오브 뮤직'이 명작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만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영화가 지금으로부터 50년전에 만들어진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드라마의 명쾌함, 아름다운 오스트라아의 배경, 그리고 영화내내 울려퍼지는 배경음악은 그 자체로 아이콘과 역사가 되어 우리의 뇌리에 박혀있다. 여전히 이 영화의 모든 내용들은 현재까지도 많은 문화 컨텐츠의 모티브가 되고 있으며, 창작자들에게도 열정을 불어넣는 불후의 명작이다. 글쓰는 돼지 또한 이 영화를 수십번 보아왔으며, 언제나 볼때 마다 감동과 재미는 파도처럼 안겨왔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나이를 먹어가고 있으며, 삶의 마디마디 마다 울림의 강도와 눈여겨보는 부분에 대한 관점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처음 본..
동네에 공원이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더구나 보라매공원처럼 크면서 스토리가 있는 공원은 더할 나위가 없다. 보라매공원은 원래 옛 공군사관학교가 충북 청원군으로 이전을 하게 되면서 공원으로 조성된 곳이다. 그래서 한 곳엔 전투기 등이 전시된 에어파크가 있다. 종종 바람을 쐬러 공원에 나온다. 공원에 물들어 가는 나무를 보며 가을이 왔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살짝 든 단풍이 왠지 수줍어 보인다. 아이들이 뛰놀며 히히덕 거리는 소리가 다정하게 들린다. 공원 한 켠에 도시에 어울리지 않게 논이 있다. 농촌 체험을 위한 자리 인가 싶은데 그곳 벼에도 황금빛이 물들었다. 도시의 벼는 농촌의 벼와 왠지 기분이 묘하게 다르다. 한쪽 갈대잎이 무성하다. 가을의 색깔이란 이렇게 오색찬란하다.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들의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