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씨앗을 뿌릴 때 작년 이맘때 공원으로 산책을 가는 길이었다. 아침 출근길이었는데 은행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줄을 서고 무언가를 나누어주는 모습이 보였다. 노란 유니폼을 입은 은행원들은 밝은 미소를 띄며 비닐팩에 담긴 씨앗을 내민다. 나에게 준 씨앗은 상추였다. 녹색 상추가 싱그럽게 그려넣어진 봉투가 꽤 마음에 들었다. 평소 이런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던지라 처음에는 별 감흥이 없었다. 은행에서 홍보차 나누어주는 정도의 의미랄까. 근데 집에 가져와 가만히 보니 씨앗이란 무언가의 가능성을 지닌 시초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시 나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상황이었고 그 씨앗이 마치 내가 하는 행동들과 매칭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씨앗을 흙에 심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봄의 싱그러움으로 가득찬 대길초등학교 미세먼지와 황사로 맑은 날을 보기 힘든 날들이 연이어 찾아오더니 오늘은 오랜만에 화창한 날씨가 열렸다. 맑게 갠 하늘도 한몫하지만 나무의 초록색 여린 잎들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 가는 모습에 생생한 활력을 보이는 것이 더욱 영향이 크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가로 줄지어선 가로수에서 녹색파워가 신길6동의 거리를 메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일년 중 이 시기의 파릇파릇하며 후레쉬한 4월의 봄을 가장 좋아한다. 4월 중순에서 말로 넘어가는 때에는 핑크빛 벚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지만 그 꽃잎이 있던 자리에서는 녹색의 생명력 강한 잎들이 솟는다. 힘이란 그런 것이다. 여름이 생물의 확장성이 가장 강하지만 난 요즘 시기의 어린 녹색 나뭇잎이 더욱 좋다. 순하면서도 강..
신길동 벚꽃거리 아침풍경 벚꽃이 만개가 절정에 이르렀다. 아침과 저녁의 날씨는 싸늘하나 낮의 기온은 벌써부터 덥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따뜻해졌다. 햇볕을 그대로 받은 신길동 벚꽃거리의 벚꽃 또한 자신이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분출한다. 머지않아 나무줄기에 안간힘을 쓰며 떨어지지 않으려 하지만 결국 벚꽃잎은 불어오는 봄바람에 쓸려 겨울의 눈처럼 낙하를 준비하게 된다. 낙하산처럼 바람에 유선형을 그리며 나비처럼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는 벚꽃의 숙명은 신길동 벚꽃거리에서도 보여질 것이다. 아침에 절정의 신길동 벚꽃거리의 화려한 길을 걷고 싶어졌다. 이미 벚꽃나무의 초록잎에 뻗어나와 연분홍 벚꽃잎을 밀어내려 한다. 신길동 벚꽃거리 한 켠에는 아침임에도 분수대에서 물을 뿜어내고 있다. 시원한 물소리를 내며 낙하하는..
소래포구 화재 후 재건을 앞두다 소래포구는 서울을 비롯하여 경기도 인근의 시민들에게 바닷바람의 짠 내음과 맛있는 해산물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오랜기간 동안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곳이다. 얼마 전 소래포구에 큰 화재가 발생하여 소래포구 어시장의 절반 가량이 전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십년간 이곳 소래포구에서 생계를 유지하며 추억과 삶을 공유한 소중한 터가 잿더미가 되는 아픔을 겪게 된 것이다. 이번 소래포구 화재의 원인으로 오래된 시설들과 전선 등의 어지러운 방치 등이 꼽히고 있다. 오랫동안 우리 집의 단골집도 이번 소래포구 화재로 없어져 안타까움이 컸다. 화재 전날만 해도 생기넘치게 손님을 맞이하며 횟감을 떠주던 이들의 삶의 터전이 하루만에 없어진다는 것은 얼마나 허망한 일이겠는가! 소래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