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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년이 흘렀다.
5년전 오늘, 꿈에서도 꿔보지 못한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그 선물을 받고 그 의미를 제대로 음미하는 데 5년이라는 시간이 경과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서른을 넘어 나를 변혁시키는 중요 인물이 내 삶에 등장할 것이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 여러 인과관계가 묘하게 얽혀 한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을 만나기 전과 후를 다른 나를 발견할 정도로 강렬한 체험을 한다. 인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관찰! 그것이 내가 그러부터 배우고 익힌 새로움이었다. 그에게 순식간에 몰입하게 되었고, 하루하루가 무언가를 배우는 날이었다. 학부 때 만났던 지도교수님과의 만남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학습경험이었다.
그를 통해 팩트를 배우고, 그 팩트를 통해 사람을 바라보는 전혀 다른 방식의 인간관을 나도 모르게 체화해 나갔다. 그를 높은 수준의 선생으로 생각한 적이 바로 그 때였다. 그 당시 가진 나의 생각은 나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나갔다. 그러한 마음가짐은 그 당시 썼던 로그북을 통해서 드러난다.
2010. 8. 30. 작성
이때 어떤 마음으로 어디서 이 로그북을 작성했는지 기억이 난다. 마치 영화 '나비효과'의 노트를 통한 과거로의 회귀와 비슷하다. 중요한 부분은 간단하다. 그를 통해 실제 필드에서 많은 걸 배우고, 익혀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이것이 실제적 팩트인 것이다. 나의 진심을 기록한 로그북을 통해 나는 그 당시 나의 판단과 방향을 기억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나에게 강렬한 체험한 이로부터 그와 함께 할 준비의 기간을 갖는 중에, 전화가 온다.
2010년 12월 21일 새벽 5시 30분!
"비상사태다!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도와줄 사람이 너밖에 없다!"
이 전화는 마치 만화영화 '이상한 나라의 폴'의 뽕망치로 열리는 새로운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토끼굴과 같은 시작이었다.
그렇게 3일간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는 그날까지 구명활동을 위해 바삐 다녔다.
그리고 구속영장 실질심사하는 날!
마지막으로 긴 시간동안 자신의 변론을 마치고, 그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결국 구속되었다.
그렇게 내가 매우 스마트한 사람으로 평가했던 그의 치열했던 패배를 목도한다.
이렇게 이야기가 끝났다면, 어느 정도의 교훈을 머리로 이해하고, 살아가는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내 몸을 급습하고 들어오는 체험은 구속된 다음날인 크리스이브에 찾아왔다.
크리스마스 이브!
어렸을 적 산타할아버지가 빨간코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고 우리집 지붕에 파킹한 후 몰래 들어와 양말에 선물을 담고 가는 로맨틱한 날이었다.
그날 오후 한통의 전화가 온다.
"OO씨 맞으시죠? 지금 어디신가요?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어서 지금 집행하기 위해 자택 앞에 와 있는데 좀 올 수 있나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올꺼란 기대는 이미 30년전에 버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바라지도 않고 살았는데,
산타할아버지 대신 검찰수사관들이,
루돌프가 직접 끄는 썰매 대신 검찰수사차량을 타고,
하얀 박스에 빨간 리본이 달려있는 선물 대신 압수수색영장이 배달된 것!
그것도 다이렉트로 핸트폰을 통해 선물 배달을 왔다는 알림 서비스까지!
내가 지금 서울이라 곧 검찰쪽으로 갈테니 거기서 보자는 말을 하고 크리스마스 이브날 어둑한 저녁즈음하여,
검찰부장과 독대를 한다. 다양한 선후 설명과 의문점을 물은 후 나의 차량을 수색하는 것으로 쇼는 끝났다.
그것은 일종의 겁박이었다. 더이상 이 주변을 얼씬거리지 말라는 메세지! 몸으로 전달을 받은 것이다.
사실 이렇게 일이 된 건 그의 몇 가지 실수에서 비롯된 일이다. 나의 잘못이라면 그런 부분을 매몰차게 거부하지 못한 것이다!
어찌되었든 그곳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평소같으면 20분이면 올 시간을 크리스마스 이브 러쉬타임에 걸리고 말았다.
꼬박 3시간을 걸려, 지루한 도로를 기어오는 동안, 난 너무 어이가 없어 주변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내가 금방 무슨 일을 당했는지 방언 터지듯 입밖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하염없이.
그리고 나는 멍하고 더러운 기분으로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그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인 압수수색영장은 사건의 클라이막스가 아니었다.
그 크리스마스 선물인 압수수색영장은 내 인생의 새로운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것이다.
압수수색영장이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의 후유증은 거의 2달에 걸쳐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역시 그 당시의 심정을 로그북을 통해 알 수 있다.
2010. 1. 12. 작성
이 때부터 나는 이전의 삶의 방향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전혀 색다른 세계로 진입한다. 그리고 여지없이 계산하지 못한 커다란 현실의 벽이 막혀 엎는다.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 삶의 방향을 모색하여 시작한다. 또 엎는다. 그리고, 시작하고, 엎고, 시작하고, 엎기를 여러 번 거듭하며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왔다. 사실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나의 무능력과 유리멘탈, 게으름 등 내 자신에 대한 문제점을 여지 없이 알게 되는 수련의 시간이었다. 말이 수련이지 그 방향성을 전혀 모르던 방황의 시기이기도 했다.
이 엉망진창 오딧세이의 클라이막스가 나는 이번 2015년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5년전 크리스마스 선물을 만들어준 그가 나를 불렀던 것이다. 사실 이것이 참 삶의 아이러니인 것이다. 나는 그를 통해 빠른 성장의 쾌감을 맛보았고, 다시 그 맛을 보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했다. 이는 사실 매우 나약한 의지이면서, 자립심이 없는 못난 삶의 단면이다. 그러나 중독에 이르는 길이 한 번 맛 본 쾌락을 잊지 못하고 계속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인 것처럼 나는 그 달콤한 맛에 스스로 이를 의심하고, 내 길을 독립적으로 가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게으른 천성이 작용한 것이다. 또한 이미 내게 크리스마스 선물인 압수수색영장을 받는데 강력한 동인이 된 그를 믿을 수 있을지도 고민을 했더랬다. 그러나 결정은 뒤집어지지 않았다. 결정의 가장 큰 이유는 예전의 달콤했던 성장의 쾌감과 혹여나 그와 함께 하지 않았다가 이후 그 열차를 놓졌다는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였다. 매우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마음가짐이었다. 이 나의 단순한 마음가짐이 깨지는 데는 2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여기서 받은 절망감은 사실 그 사람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라기 보다는 이런 사태가 만들어지기 까지 나는 지난 5년간 무엇을 했느냐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한심함 때문이었다. 사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결국 나에게로 귀결된다. 그 엄연한 현실을 몰랐을 리 만무하고, 썩은 동태눈깔 마냥 방관했으니 이렇게 당해도 싸다!
이 사태의 원인도 결국 과거의 기억과 방향성, 나의 태도가 결정을 지은 것이다.
2011. 2. 16. 작성
지금은 구속되었지만 나중에 언젠가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 주체적이고 독립적이지도 건강하지도 못한 나약한 자아상태를 경계하지 못하고, 방치한 나에게 이 모든 좌절감의 책임이 돌아온 것이다. 그렇다. 더이상 변명의 여지는 없다. 모든 것은 내 잘못이다. 선택과 방향성과 실천 등에 전혀 독립심과 주체성이 방영되지 않았으니 당해도 싸다.
돌이켜보면 5년전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던 압수수색영장은 그에 대한 증거물 수집이라는 객관적 사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내 인생을 제대로 살지 않으면 언제든 그렇게 내 시간과 주체성을 압수해간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지난 5년간의 시간은 나의 수동적이고 게으른 자아와 공짜로 먹을려 했던 어두운 포스에 먹혀버린 것이다. 언제나 반성을 한다고 하지만 나는 5년전에 가졌던 문제의식을 지금 그대로 안고 있다. 그것을 다시 로그북을 통해 들여다 볼 때만 뼈가 따끔할 정도로 아프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과거의 로그북을 통해서 하나 발견한다. 5년전이나 3년전이나 그리고 지금이나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거듭 되묻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미 내가 가진 문제의식에 대한 제대로된 답변을 하지 못하고, 5년간 같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는 매우 심각한 반성과 변화 의지의 극빈을 의미한다. 빌어먹을!
2011. 2. 16. 작성
2013. 3. 21. 작성
평행이론의 모범사례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5년간의 메아리!
참으로 스스로 병신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만큼 아픈 것이 또 있으랴!
자!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일까?
난 병신이었고, 올 한 해 고맙게도 각성을 제대로 할 만큼 좌절감을 맛보았고, 이제 이에 대한 또다른 삶에 대한 나만의 답안 작성이 남았을 뿐이다!
과연 내년에도 이 말을 그대로 로그북에 적을 지는 알 수 없다. 안 그럴꺼라고 다짐도 할 수 없다. 또 병신이라고 얼굴에 쓰는 꼴아니겠는가!
그러나 한 가지 하나 확실한 것은 나는 이제야 5년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았고, 그 와중에 이전까지 내게 의미 있다고 생각한 안전핀들을 스스로 뽑아 버렸다. 그것은 내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행동변화다. 나 또한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선물의 주인공인 스크루지 영감마냥 변화에 대한 갈망이 강하다. 이 각성이 온 이후의 삶을 스크루지 영감처럼 급격하게 행동으로 옮겨 나를 바꾸어 나갈지의 실천만이 남은 것이다.
이제 되었다!
이로써 그간 5년간의 악몽을 깨우치는 각성을 글로 남겼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팩트가 되는 것이며, 앞으로 나와 만날 인연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한 나만의 세레모니이기도 하다. 앞으로 게으리고 멍청하며 탐욕스러운 악의 포스를 밀어내고 지혜롭고 부지런한 밝음의 포스가 내 안에 깃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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