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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가기전 친구 꿀식이와 야심한 밤에 만나 신림동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내부자들'을 관람했다. 영화를 보는 와중에 처음으로 이런 멘트를  뱉었다!


"이건 예술이야!"




내부자들을 보기전 단 한번도 영화를 보는 와중에 예술이라고 느낀 적은 없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예술이라고 한 적은 있다. 


'아바타'와  '매트릭스1'


영화 '내부자들'의 중반부가 넘어가는 순간 완전한 몰입을 경험한다. 단순히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지 않게 되었다. 내부자들의 주요인물인 백윤식, 이병헌, 조승우 캐릭터들의 대립과 배신, 복수를 위한 준비와 결단과 베팅 등 모든 키워드가 온통 나를 자극하는 것들 뿐이었다. 피부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쾌감, 더구나 백윤식, 이병헌, 조승우 캐릭터에 감정이입하면서 자연스럽고 입에서 욕이 방언 터지듯 나온다. 내부자들! 영화가 아니라 내겐 그 자체로 인생교과서였다.



인생교과서! 나라에서 만드는 국정교과서가 아니다. 교과서라 하면, 건전하고 조화로운 사회인을 학교를 통해 양성하고 교육하고자 정부가 주관하여 만드는 책을 의미한다. 그러나 학교교과서는 인생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초등, 중등, 고등 뿐 만 아니라 대학교 교과서에서도 인생은 없다. 삶의 지식은 풍부할지 몰라도, 교과서에는 그 근본적 성격을 반영하기 때문에 윤리의식을 담고 있다. 윤리성이 결여되면 교과서로 채택되지 않을 뿐더러 비판을 받는다. 올바른 길! 해서는 안되는 일들! 이러한 도덕적 가르침이나 규범이 교과서에는 녹아있다. 그래서 이러한 학교교과서를 통해 세상을 배웠다고 착각하고 있는 이들이 꽤나 많다. 그리고 세상에 노출되는 순간 자신의 살이 완전히 발린 지도 모르고, 물속을 헤엄치는 횟집의 물고기가 되는 체험을 우리는 종종 주변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솜씨좋은 일식 요리사가 자신의 회뜨는 솜씨를 TV에서 자랑한 적이 있다. 머리를 때려 기절시키지 않고, 숨을 쉬는 생선을 산 채로 회를 뜨는데, 완료하고 나서 1분정도 생선은 물 속을 헤엄쳤다. 이때의 체험은 여러 상상과 비유의 원재료가 되었다. 자신의 살이 발린 지도 모르게, 아니 발린 줄 알지만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물속을 헤엄치다 숨을 거두는 삶의 현장! 인간은 잔인하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인간은 잔인하다! 잔인성에 체화된 인간들에게 아직 방어할 능력이 없는 사회 초년생은 곧 발릴 수 있는 생선이다. 물론 인간계에서 '살이 발린다'는 표현은 메타포로서만 의미할 뿐 현실에서는 실제로 목숨이 끊긴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신적 충격! 성장통! 현실에 대한 직시! 뭐, 살다보면 모두 이런 체험을 종종 하게 된다. 그러면서 어른이 된다는 명분아래 우리는 조금씩 변화한다. 사회를 통해서 말이다! 나도 오랜 기간 학교를 다녔지만 학교는 온실이다. 요즘들 많이 타락했다고 하나 학교만큼은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쉴드가 쳐져 있는 울타리다. 그래서 모두들 학교시절을 그리워 한다!


영화 내부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자! 내부자들의 인물들 사이에서도 나름의 인간성은 존재한다. 이병헌의 경우, 형님으로 믿던 백윤식에게 비밀장부를 맡기고, 자신을 배신한 백윤식의 실체를 뼈속까지 느끼기 전까지 어느 정도의 의리를 지키려 했다. 조승우의 경우에는 열심히 일해 좋은 검사는 못되더라도 실력좋은 검사가 되어 뽐나는 인생을 살고자 하고, 종국에서는 입신양명을 도와줄 황금동아줄을 잡지 않고 이병헌과 손을 잡는 묘한 신뢰감을 형성한다. 사실 이 영화 자체도 최소한의 신뢰나 의리 등 도덕성을 말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대중들의 거부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다. 결국 영화 내부자들도 권선징악이라는 핵심구조를 따르고 있다. 윤리성을 깡그리 무시하고는 객관세계에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영화 내부자들은 교묘하게 윤리성의 줄타기를 하며, 현실의 추악함을 까발린다. 방법은 악랄한 인간에게 악랄한 인간의 방법으로 사용하면서 말이다. 윤리성을 강조하면 우리는 결코 악한 자에게 악을 행해선 안된다. 배트맨이 결코 조우커를 죽일 수 없듯이, 언제나 조우커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듯이! 그러나 이는 소설같은 이야기다. 현실의 세계에선 이러한 배트맨은 존재하기 힘들다. 스티브 잡스가 밤마다 검은 슈트를 입고, 가슴팍에 '사과'를 달고 다니며, 아이폰으로 악당을 잡아들인다는 상상을 할 수 있겠나? 우스갯소리다!



내부자의 극적 반전의 시작을 알리는 멘트,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 에게로!' 


이는 신약성서에 나오는 구절이다. 가이사는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칭하는 말로, 로마를 상징하는 것이다. 예수에게 현실권력인 로마의 통치를 몰아내는 정치적 리더가 되기를 바라는 유대인들에게 선을 긋는 의미를 내포한다. 자신은 로마를 쳐부수고 몰아내는 군사지도자가 아닌 하느님의 세상을 열기 위해 왔다는 메시지! 가이사의 방식대로 그들과 대립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예수의 방식대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근데 이 영화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가이사의 방식대로 가이사와 전면승부를 펼친다. 그런데 멘트는 성서 구절을 활용한다. 이 또한 이 내부자들의 묘한 매력포인트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평화롭고 윤리적인 마인드로 가이사에게 대항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몰살! 아예 혁신적인 새로운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면, 남은 방법은 전쟁인데, 그 전쟁을 도덕교과서를 방패로, 간디처럼 비폭력정신을 부르짖는다면 전쟁터에서는 그 사람부터 죽일 것이다. 전쟁터는 살벌하고, 잔인하다. 그 속성을 잘 깨달도록 영화 '내부자들'에서는 현실각성의 매를 배치하고 있다. 이병헌의 손모가지를 자르를 장면! 마치 생선을 산 채로 횟감을 뜨듯 이병헌을 묶어두고 비명과 절규의 배경음악을 울리며, 톱질을 한다. 소름이 돋는다. 그러나 메타포다! 현실에 반영해보면,  생계수단을 뺏기거나 해고되거나 신뢰한 이에게 철저히 배신당하는 모습을 뜻하기도 한다.


내부자들의 주인공은 이병헌과 조승우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내부자들의 진정한 주인공은 백윤식이다. 그를 주인공으로 두고 이 영화를 지켜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실세계에서 백윤식은 절대반지를 가지고 있는 군주와 같다. 그가 없이 이 영화는 애초에 시작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백윤식은 내부자들의 원동력이다. 그 원동력인 백윤식의 실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병헌이 비밀장부를 맡기며 이 영화는 전개된다. 그리고 백윤식에게 버림받고, 와신상담하며 복수를 꿈꾼다.


내부자들의 기본적 대립은 극강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현실 세계를 주무르는 백윤식에 대항한 이병헌과 조승우의 관계이다. 이병헌의 복수심이 가장 큰 원동력이며, 사실상 조승우는 조력자 정도로 머무른다. 그러나 이병헌과 조승우, 둘 중 하나만 없어도 이 대립각은 힘을 잃어버린다. 건달과 검찰, 어두운 칼잡이와 밝은 칼잡이의 오묘한 콜라보레이션! 이 역시 내부자들의 절묘한 상징적 표현이다. 합법과 불법, 신뢰와 불신이라는 상극의 관계지만,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는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이 연출도 참 마음에 든다. 어찌되었든 그 둘의 협력으로 거대한 권력에 대항하는 모습은 짜릿하다. 



내부자들에서 받은 감동과 의미를 몽땅 현출해내기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다. 그렇게 하면 글은 중구난방으로 흩어질 것이고, 길어진다. 우선 꼭지를 돌려 백윤식에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내부자들의 백윤식! 그는 연기자이다. 연기자의 숙명은 캐릭터를 온전히 소화하기 위해 자신을 없애는 것이 본령! 백윤식이 어떠한 사람인지조차 모를 만큼의 메소드연기는 이 영화 '내부자들'의 강한 생명력과도 같다. 백윤식의 캐릭터, 이강희는 속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하고, 부드럽다. 욕을 하는 순간조차도 냉정하고, 차분하다. 자신의 구상은 오로지 행동으로만 현출되고, 사람들은 그의 생각대로 움직인다. 그리고 모든 상황이 그의 판대로 돌아갈 때 균열이 생긴다. 바로 이병헌이 비밀장부를 발견한 것! 그것은 그의 시나리오의 변수가 된다. 흥미롭게도 백윤식은 그답지 않게 오점을 남긴다. 이병헌을 크게 위험인물로 생각하지 않았던, 자신과의 옛정에서 그랬던 이병헌을 살려둔 것은 큰 실수였다. 그 동기가 측은함이든, 의리든, 과소평가든 어째거나 백윤식의 실수인 것은 분명하다. 내부자들의 백윤식은 결코 그래서는 안되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모든 변수를 조정하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미스다. 바로 이 실수가 백윤식을 중심인물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영화의 시작이면서 끝이기 때문이다. 


옛 우스갯소리 중 고스톱과 관련된 고사성어라고 말하는 것이 있었다. '삼고초려', 원래는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3번이나 찾아가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고사로, 인재의 중요성과 그 인재를 얻기 위한 리더의 자세를 강조하는데에도 쓰인다. 근데 고스톱이라는 게임에서는 이렇게 쓰인다.


'쓰리고를 할 때는 초단을 조심하라!'


다른 게임플레이어의 패를 보고, 그의 역전요소를 놓치지 말고, 신중하게 레이스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내부자들의 백윤식은 막판 쓰리고를 외쳤다. 그때부터 이병헌의 숨은 패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보다보면 참으로 이 영화는 여러모로 현재의 내 삶에 의미를 헤아리고, 반성하게 하는 요소들이 많다. 오죽하면 내가 현실적 세상에 대한 '인생교과서'라고 했겠는가! 


불과 '몇달전의 나'였다면 분명 이병헌이나 조승우에 감정이입을 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백윤식에게 몰입하고 있다. 달라진 나의 모습을 영화를 통해서 새삼 확인하는 것이다. 이 내부자들을 연말에 보게 된 것 또한 뜻깊다. 이 자리를 빌어 내 친구 꿀식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함께 공감하며, 취임새로 욕을 넣고, 급기야 '이건 예술이야!'라는 감동을 얻고 나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을 보기로 마음 먹었다. 한국영화 중 같은 영화를 두번이상 극장에서 본다는 일은 이전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이 영화의 가치는 크다. 다시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을 본 후 생각을 정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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