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종종 예전 신림9동이었고 현재는 대학동으로 간다. 가끔씩 법률서적으로 살 일이 생기면 가는 곳이다!
신림9동, 일명 '고시촌'이라 불린던 이곳은 서울대학교 바로 옆에 조성된 동네로, 사법시험와 행정고시 등 우리나라 고등고시 대비학원들이 전성기를 누리던 곳이다.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이곳의 분위기는 상당히 핫했다. 사법시험 1000명시대가 된 이후 많은 고시생들이 이곳으로 몰려 애간장을 녹이며 고시공부를 했었는데 로스쿨시스템이 들어서면서 이곳도 기운 듯 하다. 일단 사람의 수가 많이 줄었으며, 그 많던 고시식당도 문을 많이 닫았다.
요즘은 싼 집값과 음식점들이 많다고 소문나 주변 직장인들이 이곳에 많이 산다고 한다. 트렌드의 변화는 사람도 바꿀 뿐만 아니라 동네와 시장판도도 바꾸는 걸 보면, 인생의 덧없음이 느껴진다.
살 책이 생겨 싼 값에 득템하려고 도림천 산책길을 걸어서 이곳으로 걸어왔다. 생각보다 이 도림천길 걸어다닐 만한 곳이다. 옛날 이 도림천물이 똥물이라 냄새도 많이 나고 했는데 정화사업을 했는지 많이 좋아졌다. 이 길을 따라가며, 옛 신림9동으로 가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대학동은 왜 대학동일까? 서울대학교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교는 서울시에 많지만 동네가 대학동이라고 지어진 곳은 이곳 뿐일 것이다. 그만큼 서울대학교라는 프리미엄을 동네에 붙이고 싶었나 보다. 어찌되었든 난 대학동보다 옛지명인 신림9동이 더 정감간다.
연말에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영 동네 분위기가 어둡다. 사람도 별로 없고, 차까지 한산한 기분이다. 옛날 신림9동의 전성기는 끝난 듯 했다. 길을 건너 대학동 중고서점으로 향하는데 왠지 외관이 멋진 시원스레 생긴 밥집이 하나 눈에 띈다. '정다래 함박'! 조명도 은은하고, 앞 나무 테라스가 왠지 끌린다. 요즘 다이어트 하느라 저녁을 적게 먹으려 노력하는데 왠지 이곳 옛 신림9동, 대학동에 오면 배고파진다. 무언가 입안에 채우고 싶은 감정이 솟구쳐 나도 모르게 상가 문을 열고 들어간다.
함박스테이크, 돈까스, 생선까스 등이 있었는데 간판 이름이 정다래 함박아닌가! 함박 스테이크집에 왔으면, 함박 스테이크를 먹어야지 하는 마음에 주문한다. 값도 6천원이라 부담도 없다. 스프와 간단한 샐러드가 먼저 나와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곧 정다래 함박 스테이크가 나온다. 철판에 지글지글 끊면서 나오는 함박 스테이크 위에 계란 하나가 올려져 나온다. 일단 비주얼은 마음에 든다. 사실 함박 스테이크가 돼지고기를 다져 스테이크 느낌을 내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지만 사실 함박은 햄버거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든 우리나라 돌솥비빕밥처럼 나와 기분은 좋았다. 나이프로 대충 칼질을 하고, 정다래 함박 스테이크를 한 입 입에 넣는다.
뭐든 먹어보면 특별한 맛은 없다. 함박 스테이크 맛이다. 단지 따뜻하게 달구어져 나와 보이는 재미와 깔끔한 상차림, 가벼운 가격이 정다래 함박 스테이크의 장점인 듯하다.
'뭐 이건 대단한 맛이니..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
사실 이런 대사가 나올 만한 음식은 세상에 별로 없다. 그래도 한끼 식사로는 후회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정도로 정다래 함박 스테이크는 깔끔하게 나온다.
정다래 함박 스테이크를 먹고, 다시 옛 신림9동이자 현 대학동의 중고서점으로 향한다. 역시나 중고서점안에도 사람은 적었다. 이러다 이 동네가 많이 위태롭지 않을까하는 우려까지 할 정도다. 언제나 오지만 공부에 파묻혀 사는 이곳 고시생들의 얼굴은 고단하고, 무뚝뚝하며, 그늘져 외로워 보인다. 미래의 화려한 삶을 기대하며, 현재의 젊음과 시간을 과감히 베팅하는 그들이 얼른 자신의 길들로 향하길 바라는 마음이 언제나 든다. 이곳은 되도록 빨리 탈출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이 나라를 이끄는 많은 리더들이 또 이곳에서 배출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점에서 옛 신림9동이자, 현 대학동은 고시생출신에겐 로맨스가 가득한 곳이 아닐까!
어찌되었든 난 중고서점에서 1시간반동안 수색하여 중고책 한권을 들고, 중고서점을 나와 옛 신림9동이자 현 대학동에서 유유히 빠져나가 도림천길을 따라 집으로 간다! 집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행복한 일이다!
'오감 > 맛과 향, 그리고 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라매공원 롯데백화점 버거킹 와퍼주니어 1900원 꿀꺽 (0) | 2016.03.30 |
---|---|
소래포구 어시장 풍경과 단골 맛집 공개 (0) | 2016.03.18 |
궁극의 맛_외할머니st. 계란찜만드는법을 거듭 시도하며 (0) | 2015.12.16 |
보라매공원 맛집_스쿨푸드, 분식의 고급화, 그리고 저렴한 맥주 (0) | 2015.11.30 |
보라매공원 맛집_보라매 보일드브로커리와 서울야경 (0) | 2015.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