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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같은 더위가 한풀 꺽이자 마자 어이없이 추워져 결국 감기에 걸렸다. 감기도 역시나 지랄같이 들려 온몸이 무겁고, 기분이 나쁘다!


감기약을 지어 먹었더니 처음으로 약에 취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정신의 몽롱함과 아찔함이 친구로부터 온 전화를 받는 사이 깨지 않음을 느낀다.



감기약을 지어 먹었음에도 몸상태는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편도선과 기관지만 편했더라도 감기약을 먹지 않았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감기약을 그다지 챙겨먹지 않았다. 속설에 감기가 걸릴 때마다 감기약을 먹으면, 면역성도 떨어지고, 약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듯 하다. 그래서 대개의 경우 감기에 걸려도 감기약을 먹지 않았다.


정말 온몸이 아픈 감기몸살을 빼곤 감기약을 먹지 않았다. 근데 몇년전부터 감기에 걸리면 거의 한달을 가는 경우가 생기고 말았다. 감기로 인한 불편함과 불쾌감을 잘 알고 있는지라 때이르게 찾아온 이번 감기엔 귀찮은 몸을 이끌고 병원을 찾았다. 


일단 그 병원의 의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건성건성 무감한 표정으로 늘 그러한 몸짓으로 진료를 마치고, 감기약도 이틀치만 지어준다. 2~3년 기관지때문에 이곳에 찾아왔던 기억이 나는데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어느샌가 잊고 말았다. 약국에서 처방전을 내고 감기약을 받아 한 봉지 입안에 털어 넣는데 언제나 그렇듯 알약이 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갈 때 느껴지는 그 느낌은 유쾌하지 않다.


그때부터 시작이다. 감기약이 온몸에 퍼져 몸을 잠식해 열이 나는 듯 마는 듯, 감기약의 냄새가 식도를 타고 올라와 코안쪽을 멤도는 그런 느낌이란! 몸이란 존재는 평생을 두고, 풀어야할 숙제처럼 보인다.


감기하나에도 온 마음이 빼앗기는 날 바라볼 때면, 난 아직 멀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몸 하나를 잘 관리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진대, 언제나 세상일을 다 잘할 수 있다고 허풍떨던 이전의 나는 얼마나 가소로운가!


감기약에 의지하는 주제에 말이다! 몸은 참으로 예민하다. 주변의 상황에 기가막히게 반응하며, 각자 주어진 몸에 따라 역시 천차만별의 모습을 모이는 것! 그 몸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생리적 반응 중 꼭 찾아오고 마는 '감기'라는 증상과 그 감기를 잠재우는 '약'의 상호작용은 화학과 생물에 무지한 나로서는 언제나 신기하다.



감기에 걸리면 나타나는 다양한 증세에 맞는 다양한 약! 이번 감기약을 받아들었을 때는 약봉지 겉면에 약마다의 설명이 자세히 들어가 있는데 감기의 다양한 증세를 호전시키기 위한 이러한 감기약세트가 내 몸안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나는 졸리고, 몸이 무겁고, 만사가 귀찮아질 뿐!


감기에 걸린 몸과 감기약! 이 둘의 관계 중간이 끼이는 약을 먹을 것이라는 판단에 새로운 생각이 개입했다. 편도선이 붓거나, 몸살이 걸리지 않는 한 감기약을 먹지 않겠다는 생각! 이번 감기약이 내 몸에 끼친 결과에 대한 판단이다.


벌써 9월이다. 무언가를 했는데 무엇을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는 아리송한 기분!  이 기분을 날려버리는 게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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