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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드라마가 쏟아져 나온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연기자들의 열연들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하고, 달래기도 한다. 명품 연기일수록 몰입도는 높이 치솟는다. 반대로  어설프거나 과한 연기로 채워지는 드라마는 몰입도를 떨어뜨려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는다.

 

주연만 잘한다고 드라마가 성공하지는 않는다. 주연보다 많은 조연들의 뒷받침이 없는 한 드라마는 금새 시들해진다. 주연과 조연의 찰떡같이 끈덕지고 찰지게 이어질 때 생명력은 빛을 발한다. 생각보다 이러한 몰입을 이끌어내는 드라마, 아니 보다 잘게 조게어 그러한 장면을 보여주는 부분을 찾기란 꽤 힘들다.

 

KBS의 새 수목드라아 '장사의 신'은 이러한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6회 말미 2분여동안의 장면에서 쏙 뺘져들었다. 최돌이역을 맡은 이달형과 주인공 천봉삼의 장혁! 그 둘의 이별장면은 연기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데 탁월했다. 열렬한 연기보다 평범하리만큼 주어진 상황에서 응당 그렇게 했을 것 같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연기의 본모습이라 생각한다. 삶 그 자체를 연기하는 것!

 

송파마방의 내부적 알력에 염증과 우려를 느낀 장혁이 야밤에 떠나려하자 그를 붙잡으며, 가지 말라고 만류하는 이달형. 장사꾼이 한번 머리 올린 객주를 떠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하며 절절한 감정으로 떼를 쓰듯 알길을 막는다.

 

 

 

자신때문에 송파마방이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없다며 자신의 의지를 확고히 보여주는 장혁의 모습을 본 후 이달형은 단념하듯 헝겊에 싸인 단냥을 꺼내 장혁에서 들이민다.

 

"여비에보태!"

 

단냥에 불과한 부끄러운 손을 부들부들 떨며 건네는 모습에서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을 억지로 누르는 심정과 함께 굳이 가려거든 이 얼마되지 않은 전재산을 내어주는 인심좋은 형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한 이달형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단냥을 지긋이 바라보는 장혁!

 

서글픈 듯, 아쉬운 듯, 그러나 무덤덤하게 그 고마움에 표시하는 어색한 웃음을 내지른다. 그리고 이달형에게 한마디 던진다.

 

"잘 살아!"

 

떠나는 님을 보내듯 슬픔과 안타까움, 안스러움을 하나의 표정에 모두 담아내어 이달형은 떠나는 장혁을 바라본다.

 

 

이 마지막 장면에서 순간적으로 그의 감정에 흡입되는 체험을 한다. 무어라 말할 수 없지만, 떠나는 그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괴로운 심정을 어찌도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는지를 헤아리기 어려웠다. 정말로 그를 아끼고 있는 마음을 TV화면에서 그대로 전달이 되는 듯 했다. 연기자는 몸짓, 표정, 말, 어조 등 몸 전체를 이용하여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 본임무임을 충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더불어 이 마지막 이달형의 절제된 표정에서 과거 언젠가  그러한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내 기억을 소환했다. 피부에서 느껴지는 전율과 함께 애잔함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눈시울은 뜨거워진다.

 

연기자는 몸을 통한 연기로 이렇듯 시청자와 소통한다. TV라는 한계성을 허무는 이달형의 연기에서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은 끝없이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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