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최강희가 연기자로 데뷔하여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다. 당시 최강희는 청소년 성장드라마 '나'에서 귀여운 외모로 당시 남고등학생의 인기몰이를 했다. 그 후로 이후로 최강희가 조연으로 참여한 드라마는 계속 흥행한다. 1998년에 막강 출연자들의 라인업을 짠 메디컬 드라마 '해바라기'에서 간호사역을, 1999년, 드라마 '학교' 시즌1에서 당시 연예인들이 잘 하지 않았던 짧은 숏커트로 여고생을 연기하며 자리매김을 했다.
최강희는 꽤 알려진 배우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흥행면에서도 선방을 한 실적좋은 배우였다. 그러나 왠지 좀 아쉬웠다. 이제는 나이도 30대후반으로 넘어가며, 귀여운 외모의 연기폭은 좁아지고 있는 듯 했다. 그러는 와중에 우연찮게 최강희가 주연으로 나오는 화려한 유혹을 중반부부터 보게 되었다.
일요일 운동을 하고, 잠시 피로한 몸을 소파에 눕힌 채 TV를 켰다. 조금만 보고, 산책을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화려한 유혹의 극전개에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최강희에 관심이 집중된 것이 아니다. 극중 퇴임한 총리역을 맡은 정진영에게 꽂혔다. 정진영! 그의 연기력은 빛이 났다. 부귀영화를 누리고, 갖은 비리와 불법을 자행하며, 심장질환으로 죽음에 대한 걱정을 할때 즈음, 자신의 인생으로 갑작스럽게 침투한 최강희에 대한 매우 색다른 삶의 반응을 보이기 모습에서 정진영의 연기력은 봄꽃처럼 터져나온다.
화려한 유혹,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영화를 보면서 드라마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빛을 발하며, 행복과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들을 통해 인생과 인간의 심리를 절묘하고,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간단히 핵심만을 말하면, 닳고 닳은 정치9단 정진영의 잊어진 순정의 되살아남, 자신이 갖고자 하는 걸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노련한 대항자 김창완, 사랑과 음모, 배신, 복수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주상욱, 차예련, 김호진, 좀 모자라지만 인간적인 유머를 터트려주는 김법래, 장영남 등!
어떤 면에선 유치한 부분도 많다. 정치적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권력자들이 생각보다 다른 이들의 정보탐색에 둔감하다던가, 억지스런 유머요소를 넣는 등 가끔씩 '뜨아'하는 부분도 있지만, 각 세부적인 요소들을 50부작의 드라마로 끌어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방식이다. 그래도 연기베테랑들의 연기력과 인간심리를 잘 표현하는 시나리오, 연출능력이 절묘하게 드라마에 녹아들고 있다. 계속 인물의 변화와 극의 전개를 궁금하게 만든다.
이 드라마의 중심축은 정진영과 김창완이다! 이 두 중심축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속의 캐릭터들의 선택과 갈등, 좌절, 배신, 복수, 그리고 사랑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의 이름대로 '화려한 유혹'의 주체는 최강희고, 그 유혹의 상대자는 정진영이다. 복수의 잉태와 그 복수의 파트너와의 관계가 이전 다른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상반된 가치들이 이 드라마의 묘한 생명력이라고 생각한다.
화려한 유혹의 20부까지만 해도 최강희는 부각되지 않았다. 연기력을 느낄 만한 요소가 그다지 없기 때문이었다. 딸의 사고 이후, 복수심을 마음에 갖기 시작하며, 정진영의 망각된 순정을 깨워 유혹을 화려하게 성공시켜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과정에서 최강희의 연기력이 급신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주목했던 3개의 장면은 이렇다.
딸의 사고로 상심한 최강희가 복수를 결심하고, 조금씩 정진영에게 다가갈 때, 단세포 장남 김법래에게 따귀를 맞고, 차예련에게 돈봉투를 받으며 모욕적인 언사를 들으며 감정을 억제하는 모습! 억울하고 화가 나지만 이미 최강희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철저히 감정을 통제하기 시작하는 것! 그리고 계획대로 움직인다. 따귀를 맞고도 쓴웃음을 짓는 최강희의 당돌한 표정에서 이제 복수는 시작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최강희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심장을 더 자주 쪼그라들게 하는 상황에서 정진영은 심장수술을 결심한다. 그리고 찾아온 위기에서 최강희는 간절해진다. 정진영이 없다면, 자신과 딸의 복수는 물거품이 된다. 그리고 딸의 생존도 힘들다. 그러한 절박한 상황에서 정진영이 깨어난다. 절벽에서 언제 뽑힐지 모를 나뭇가지를 잡고 있을 때, 구원의 손길이 뻗어온다. 그리고 기쁨의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정진영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그와 마주한다.
생명의 동아줄을 온몸으로 부둥켜 안는다. 이 모든 감정을 연기라고 생각들지 않을 정도로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최강희!
최강희의 연기력 업그레이드는 현재 진행중이다. 그 증가폭이 유선형에서 수직선으로 바뀌는 지점을 이번 27회 라스트씬에서 나타난다. 최강희의 불행을 만드는데 원동력이 되고 있는 차예련의 정체를 파악하고, 더구나 자신의 둘도 없는 딸을 다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며 복수의 대상으로 선정한 차예련과의 몸다툼! 최강희 딸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혼수상태에 빠진 모습과 유사하게 차예련이 계단위에서 넘어지기 직전 아슬하게 최강희가 한 손을 붙잡고 있다. 그리고 대사를 뱉으며, 분노와 복수에 대한 심리적 갈등을 얼굴에 들어낸다.
"그때 니가 미래 밀었지? 이 가방안에 든 이 원본문서때문에"
"나도 너 밀어줄까?"
본격적으로 최강희의 복수극은 시작되었다. 많은 장애요소와 방해자들이 존재한다. 이를 뚫고 가는 최강희의 모습을 통해 계속 업그레이드되는 연기력을 기대해본다!
'티비 >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형 의학드라마의 완성_뉴하트_조재현, 지성, 김민정 주연 (0) | 2016.02.20 |
---|---|
화려한 유혹, 정진영과 최강희를 연결하는 코드_청미(푸른 아름다움) (2) | 2016.01.17 |
화려한 유혹 정진영, 영화 '박하사탕' 설경구처럼 역주행으로 들여다보기! (0) | 2016.01.12 |
'화려한 유혹' 정진영, 다시 찾아온 최강희라는 봄! (0) | 2016.01.09 |
'장사의 신'_연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명품 조연 이달형과 퓨전사극계의 새로운 강자 장혁의 이별장면을 보고 (0) | 2015.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