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논술을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다. 아이들의 어휘수준이 아직 여물지 않았으며, 배경지식이 다소 적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학습기간과 체험기회의 부족함에서 비롯된 것이며,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일단 글을 쓰는 연습으로 많은 논술 교육 현장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라는 것이다. 어떤 선생의 경우 '연상연습'을 통해 '마법의 양탄자'를 타는 생각이 났다면 그런 글을 써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웃음을 참느라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모든 국어선생님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국어라는 과목에서 마치 파생되는 과목인 것처럼 오도하는 현실들을 보다보면 안타깝고, 내 아이에겐 절대로 논술사교육은 시키지 않겠다고 다짐까지 하게 된다.
논술은 '문예창작'이 아니다. '붓 가는 대로 쓴다는 수필'을 쓰듯이 휘갈기듯 쓸 수 있는 그러한 글이 아니다. 문예창작에서 생산되는 대개의 글은 '문학적 글'이다. 시, 소설, 수필, 극,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다. 이러한 문학적 글이 논술이 아님은 재삼 말하고 싶지 않다.
논술은 설득을 위한 글이다. 주어진 주제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설득력있는 근거를 가지고 결론을 지지하는 논리적인 글이다. 논리적이지 않은 글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논술은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글이다.
이러할진대 논술이라는 형식적인 글에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면, 상대방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당신의 논술은 너무 감동적이면서 흥미진진했어!"
이러면 노답이다!
논술에 있어 필요한 배경지식은 문학적 글보다는 윤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와 같은 사회과목에 기반한다. 그렇다고 꼭 모든 사회과목의 지식을 갖추어야 논술을 잘 한다는 말은 아니다. 매우 유용하다고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쓸 게 많아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논술은 글이다. 글은 말과 다르다. 생각없이 내뱉는 말은 허공에 흩어져 사람들의 뇌리속에서 사라질 수 있으나 글은 속성이 전혀 다르다. 소각하지 않는 한 세상에 존재한다. 수천년전의 함무라비법전이 아직도 전해지고 있는 것은 글로 기록되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글은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덧붙여 말은 일상에서 수없이 되풀이하기에 매우 손쉽고 간단하지만 글은 연습의 기회가 별로 없다. 펜을 들고 쓰는 연습을 하지 않는 한 논술을 잘 쓰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결코 논술은 상상의 나래와 말로 익힐 수 있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인생 >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년전 오늘, 1998년 3월 6일 스승님을 만나다! (0) | 2018.03.06 |
---|---|
3월 6일, 스승을 만나다! (0) | 2016.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