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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오늘, 1998년 3월 6일 스승님을 만나다!
시간의 흐름은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유유히 흘러간다. 어릴 적엔 하루하루가 그렇게 길더니만 지금은 1년의 시간도 쏜살같이 느껴진다. 20년전 오늘 풋풋했던 나는 일생의 스승님을 만났다. 흰머리가 유달리 특징적으로 보였던 스승님의 첫인상은 여전히 기억이 생생하다. 나지막하면서도 위트가 느껴지는 스승님의 말투는 반말과 단정적인 어투로 무뚝뚝하면서도 왠지모를 기대감을 갖게 했다.
스승님이 첫수업에서 일갈한 가르침은 뇌리에 박혀 암각화처럼 영원할 것처럼 느껴졌다.
"대한민국은 코메디공화국이다!"
이 한마디로 시작된 스승님과 나의 관계는 삶의 나이테처럼 해마다 굵어졌다. 나는 그렇게 스승님을 좋아했고, 따랐다. 어느순간 스승님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은 나의 지표가 되었고, 그것은 약이면서도 독이 되었다.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옷이 있다.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고를 수 있는 이는 꽤나 주체적이고, 스마트한 사람일 것이다.
똑똑하지도, 주체적이지 못한 난 나에 대한 성찰없이 멋있게 걸려진 기성복에 내 몸을 끼워 맞추려 했던 것 같다. 이러한 잘못을 인지하는 것 조차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만큼 나는 참으로 어리석었다.
스승님을 언제나 존경했다. 그 분과의 첫만남에서부터 20년이 되는 오늘, 나름의 의미있는 하루를 기획했던 과거의 나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것은 나의 무능과 어리석음, 나태, 아집, 독선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나 이외에는 탓할 것이 없다.
한편으로는 가슴아픈 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거칠면서도 조악하게나마 이제서야 내게 맞는 옷, 아니 벌거숭이의 내 몸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과거를 반성하게 된다.
스승님을 만난 것은 내 삶의 큰 행운이었지만, 난 그 행운을 제대로 내 삶속에서 소화해내지 못했고, 내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용기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먼 아둔한 삶을 살아왔다.
속상하다. 비참하다. 그러나 현재의 나로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20년전 오늘인 1998년 3월 6일! 그 날의 기억은 봄처럼 따뜻하지만, 지금의 오늘은 꽃샘추위만큼 몸을 웅크리게 한다.
이제 스승님을 떠나 내 자신을 돌아보고, 나의 온전한 정체를 찾아나서는 기점에 서 있다.
"스승님! 20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전 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멀리서나마 스승님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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