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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오감의 향연

엄마의 꽃밭

글쓰는 돼지 2016. 4. 2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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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엄마는 외할머니댁에 다녀왔다. 외할머니께서 다치셔서 한동안 병원에 다니셨다는 소식에 걱정되어 안부를 살펴보기 위해 간 것이다. 팔순이 넘은 외할머니께서는 몸이 불편하였다고 하지만, 힘찬 목소리로 그간 풀지못한 많은 이야기를 새벽녘까지 하셨다고 하여 한시름 덜 수 있었다고 한다.


일요일 저녁! 스마트폰으로 기차표를 예약할 만큼 능숙치 않기에 대신 원거리에서 코레일톡을 이용하여 기차표를 예매하고, 엄마에게 보내주었다. 그 차에 올라온 엄마의 한 손에 비닐봉투가 들려져 있었다. 또 음식인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상추와 고추 모종을 조치원에서 이곳까지 사서 들고 온 것이다.





지난 번 상추씨를 길거리가다 국민은행 직원 홍보때 받아 집앞 화분에 심었는데 기온이 아직 따뜻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니면 물을 잘 안줘서 그런지 여전히 그 싹을 구경할 수 없었다. 씨앗이 땅을 뚫고 튀어 나오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우리가 이 분야에 전혀 무지하던가!














다음날 아침 엄마는 집 앞에 나가 흙을 퍼 화분에 담고, 상추와 고추모종을 심었다. 근데 제법 그 모양새가 예뻤다. 난생 처음 상추와 고추를 땅에 심었다고 신기해하면서 좋아하는 엄마를 보며,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 맞는지 의아했다. 평소 엄마말로는 그 바쁜 농사시기에 새참을 실어나른 유년시절을 그렇게도 말하더니 상추를 처음 심었다니 말이다!



우리집 앞에서 화분을 늘여놓고, 상추와 고추를 심어 놓은 풍경이 제법 운치있다. 과연 이 녀석들이 잘 자랄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 아침! 엄마가 설레이는 목소리로 현관문을 열어 제낀다. 자기가 심은 상추와 고추 화분을 보러 가기 위해서다. 이렇게 말하며!


"소미야! 우리 꽃밭보러 가자!"



순간 어렴풋이 뇌리를 스치는 이미지가 번뜩 떠오른다. 꽃밭! 동심을 불러 일으키는 단어.


"꽃밭에는 꽃들이 모여살고요, 우리들은 유치원에 모여 살고요, 00유치원~~~"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이 꽃밭이라는 단어가 어찌나 아침 마음을 좋게 만드는지 참으로 기묘한 체험을 한다! 순간 나도 소미마냥 꼬리를 흔들며 '엄마의 꽃밭'으로 향한다. 싱글싱글 봄기운에 아파트 앞 나무들이 푸르른 풍경이 들어오고, 앙증맞고, 작은 우리 꽃밭에 줄지어 선 화분들이 어여삐 웃고 있다!



우리 소미는 이게 뭔지 잘 모르지만, 엄마와 오빠가 무언가 미쳐있다는 생각에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아침부터 꽤나 신나는 기분으로 '엄마의 꽃밭'을 보며, 사진을 연신 찍는다. 나중에 오늘의 체험을 기억에 모종 심듯 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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