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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미술

앤디 워홀, "일단 유명해져라!"

글쓰는 돼지 2015. 9. 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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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형이 나에게 이미지 하나를 보내주었다!

팔짱낀 앤디 워홀의 무덤덤하게 카메라를 향해 쏘아보며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듯하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

파격적 행보와 작품활동으로 언제나 세계미술계의 시선을 빼앗은 그의 삶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말이다.


정말 그의 말대로 그 유명해진 이후에 일렬로 늘어선 캠벨깡통들을 캔버스에 가득채운 작품에 평론가들은 너나할 것없이 찬사에 침이 마른다.

"현대문명의 기계를 이용한 대량생산체제에 대한 의미부여"라는 거창한 해석도 내놓는다. 과연 앤디 워홀은 그런 의미전달을 목적으로 작품을 만들었을까?

그의 의도가 어찌되었든 그는 깡통 그림으로 일약 세계미술계의 일약 스타로 부상했고, 이후 그의 작품 하나하나에 평론가의 의미는 거듭 덧붙여졌다.

정말 그는 작품의 위대성으로 스타가 된 것일까?

아니면 스타가 되었기에 그의 작품이 사람들의 열광을 불러들이는 것일까?

단편적인 대답으로는 만족감을 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를 미술사에 길이 남을 스타미술가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은 평론가와 대중이라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우리는 무언가에 대하여 가치판단을 할 때 그 자체만의 가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을 이루는 성과,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요소가 더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같은 테마에 관하여 책에 대한 가치를 평가할 때, 그 내용을 보는 것과 함께 그 책의 저자의 경력, 학력, 업무분야, 전문성, 유명도를 고려해서 판단한다.

대개의 경우 내용에 대한 신뢰도는 배경에 관한 정보가 더 큰 영향을 발휘한다. "보다 더 유명하고,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이 더 좋은 책을 썼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워홀의 "일단 유명해져라"라는 말은 이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해지지 않으면 아무도 내 작품을 거들떠보거나 평가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내가 유명하기 때문에 똥을 캔버스에 발라도 작품은 내 유명도에 걸맞게 평가되어진다고 아마도 그의 삶에서의 경험을 통해 체득했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도 이와 비슷한 체험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무턱대고, '저 사람은 좋은 대학을 나왔으니 똑똑하고 큰 일을 해낼 것이다'라고 다른 분야에 대한 권위를 쉽게 인정해버린다.

여고괴담 1편에서 박진희가 한 대사가 대표적일 것이다. "그냥 서울대만 가면 돼요. 가야할 이유가 필요치는 않아요. 일단 서울대를 가면 나중에 떡볶이 장사를 해도 잘되잖아요!"


이러한 현실은 아무리 우리가 부정해도 실제적 힘으로 우리의 의식을 지배한다. 그러니 워홀의 저말대로 어떠한 좋은 결과와 평가를 원한다면 '일단, 닥치고 유명'해지고 볼 일이다.

같은 말을 전달해도 '시사프로'에서 넥타이메고 공중파를 통해 방송되는 말과 '전철'에서 푸념하듯 지껄이는 말은 분명 우리의 태도에 다른 영향을 끼친다.

그러니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그 내용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나의 '현재 처지와 영향력'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워홀의 조언은 '쓰디쓴 현실'을 직시하라는 의미를 자기 식대로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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