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신림역 포도몰 10층에 있는 롯데시네마에서 조조영화를 봤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이미 '내부자들'을 지난 연말에 본 후 너무나 감동을 받은 나머지,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나오면 꼭 보러 오겠다고 다짐했다. 갑작 스럽게 추워진 어제 아침 프리랜서의 유일한 장점인 자유로운 스케줄 조정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조조영화를 보기 위해 신림역 포도몰 10층 롯데시네마엔 온 것이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다. 이 사람들 다 뭐하는 사람들인지 사실 좀 궁금했다. 이리도 프리랜서가 많은 건지, 아니면 백수인지 말이다. 2번째 보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역시나 재미났다. 



끝나고 박수를 치고 싶었으나 쪽팔릴 것 같아 조용히 나왔다. 나와보니 신림역 포도몰 10층의 전망이 매우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신림역앞 사거리의 사라들이 개미처럼 보이고, 건너편 대림동과 구로디지털단지역까지 보였고, 날씨는 쌀쌀했지만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하늘이었다. 깨끗한 서울의 대기를 비도 오지 않았는데 볼 수 있어 기분이 상쾌해졌다.



신림역 포도몰 10층에서 영화를 보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 했으나 너무나 사람이 많은 관계로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다. 신림역 포도몰 9층으로 내려오자 바로 버거킹이 보인다. 유리문에 붙은 광고에 치즈와퍼버거, 머쉬룸와퍼버거가 할인 행사를 해 3,900원에 치즈와퍼버거를 샀다. 



집에 가져가서 먹으려고 산 것이다. 그런데 신림역 포도몰 8층으로 내려왔는데 많은 인파들이 음식점 주변을 서성이고 있는 것이다. 전망좋은 신림역 포도몰 유리쪽으로 붙어 있는 식당들이 눈길을 끌었다. 근데 사람들이 이미 창가에 붙어 경관을 지켜 보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냥 집으로 갈까하다 보니, 포도몰 9층에 스쿨푸드가 있어 이미 보라매공원옆에 있는 스쿨푸드에 대한 만족도를 느끼며, 들어갔더니 스쿨푸드의 생명, 천원짜리 생맥주를 팔지 않는다고 한다. 급실망에 나갈까하다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치킨카레라면을 시켜 먹었다. 먹으면서 '아! 아까 그냥 일어나서 갈껄'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포도몰 에스컬레이터를 한 층 한 층 내려와 1층에 도달한다. 회전문을 열고 나오니 눈부신 햇살이 쏟아진다.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성인이 된 이후 길거리에서 잘 음식을 먹지 않는데 왠지 모르게 와퍼버거를 먹고 싶었다. 그리고 주섬주섬 가방에 넣은 치즈와퍼버거를 꺼내 한 입 베어 씹기 시작했다. 평일 오후 치고, 사람들이 많이 다녔다. 그러나 난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냥 우걱우걱 햇볕 받아가며, 치즈와퍼버거를 한 입 두 입 계속해서 씹어 먹었다. 케찹이 입가에 묻어도, 손으로 쓰윽 닦는다. 


신림역 2번출구로 올라오는 사람들, 그 앞 떡볶이집에 앞에 서서 오뎅을 씹는 사람들,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치는 신림역 포도몰 광장에서 나는 우두커니 서서 치즈와퍼버거를 계속 씹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기분이 유쾌해지는 느낌이 올라온다. 행복감도 느껴진다. 왠지모를 해방감! 


그리고 그 스물스물 피어나는 긍정의 에너지가 등을 타고 올라, 어깨를 감싸고, 머리에 전율같은 짜릿함이 전해질 때, 일상으로부터의 해방감이 온 몸을 감싸돈다.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해방감! 굴레에서 벗어난 기분, 의무감에서 풀려난 기분! 그 이유는 잘 모른다. 그냥 다른 이들이 바삐 직장생활에 아침일찍 지하철의 콩나물 시루가 되어 회사를 향하는데, 나는 일광욕을 즐기며, 나른한 낮잠을 즐기며 자신의 몸을 햝고 있는 그러한 기분! 단지 조조로 영화 한 편을 보고, 치즈와퍼버거를 화창한 하늘을 바라보며, 치즈와퍼버거를 씹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이제 어느덧 '이전의 나', '과거의 구속된 나'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제 이전처럼 돌아가기도 싫고, 또, 그럴수도 없다.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대사처럼 이미 난 선택을 했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가기로 했으니 말이다. 호랑이를 잡던가, 호랑이밥이 되던가 그것은 이제 부터의 승부로 판가름된다. 태만해지지만 말자! 그러면 할 수 있다!


치즈와퍼버거를 몽땅 다 씹고, 신림역 포도몰 광장에서 발길을 돌린다. 가보자!




반응형
댓글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