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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목포에서 군생활을 할 때다. 친구들과 후배가 면회를 왔다. 영내 생활을 하는 중이라 외출증을 끊고 위병소에서 반가운 얼굴을 마주한다. 이 먼 길을 온 그들의 마음씀씀이는 십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그 당시 너무나 힘든 상황이었기에 그들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천사처럼 보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충분한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정복을 입고 나온지라 돌아다기기 무엇하여 목포역 앞 쇼핑몰로 향했다. 이곳에 있는 콕스 상점에 들어가 옷을 입어본다. 털달린 블랙 점퍼가 눈에 띈다. 입고 옷이 잘 맞는지 몸을 움직여보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힘을 주는 순간 '찌지직~'하는 소리가 들린다. 주머니가 찢어진 것이다. 순간 당황하여 점원과 사장을 바라본다. 그들도 놀란 눈치다. 황급히 같은 사이즈의 다른 새옷을 건네준다. 입어본다. 다시 몸을 움직인다. '찌지직~'소리가 난다. 또 주머니가 찢어졌다. 난생 처음 겪는 일에 나도 놀래고, 점원과 사장도 놀래고, 내 친구들과 후배도 놀랜다. 



이제 더이상 이 콕스 상점에서 빈손으로 나갈 수 없는 상태다. 재미있게도 상점 주인과 점원은 오히려 자신들이 미안해 하며 주머니가 약해게 만들어졌나 하며 다른 옷을 빠르게 건네준다. 바꿔입은 그 옷은 다행스럽게 주머니가 찢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파란 폴라티 하나와 함께 구매하여 나온다. 내 친구들은 여전히 그 옷을 기억한다. 그리고 웃는다. 어떻게 옷을 두 벌이나 찢어먹냐며 말이다. 그리고 매년 이 옷을 볼 때마다 같은 이야기를 하며 웃기 시작한다. 이 옷은 그런 옷이다. 추억과 스토리가 있는 옷!



그 옷을 입고,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목포시내로 향한다. 국밥집이 있어 들어갔는데 영 맛이 없었다. 그런데 주변을 살펴보니 사람들이 많다. 아무래도 우리가 촌놈이라 이게 원래는 맛있는 음식인데 우리가 이 맛을 몰라 그런 거 같다 웃어 넘긴다.


시간이 줄어든다. 기분이 우울해진다. 목포 영산강 하구에서 산책을 하며 함대로 복귀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다. 곧 그들이 떠난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다시 위병소로 돌아와 그들과 마주하고 떠나보낼 때 심정은 비통했다. 마치 내가 교도소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나의 슬픈 눈을 바라보며 그들의 눈도 애잔해진다. 내 심리를 읽은 것이다. 또 면회오겠다며 나를 위로를 한 후 뒤로 돌아 차를 끌고 떠난다. 그 차 뒷모습이 완전히 없어지기 전까지 바로본다. 슬픔이 극도로 올라간다. 그리고 나는 함대로 복귀한다.


지금 생각하면, 소심하기 짝이 없다. 남들 다 가는 군대에서 이별의 슬픔을 경험하다니! 


이상은의 5집 수록곡, 공무도하가를 좋아한다.



-공무도하가


님아 님아 내님아

물을 건너가지 마오


님아 님아 내님아

그에 물을 건나시네


아!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가신 님을 어이할꼬




이 공무도하가라는 노래는 님과의 이별을 슬퍼하며 노래하는 비가다. 고대의 시가인 공무도하가의 시어들이 이상은의 미디엄을 타고 들어오는 멜로디에 처량한 공무도하가의 시적화자의 심정에 그대로 감정이입한다. 이전에도 이상은의 공무도하가를 좋아했지만, 그 때 그 장면에서 나의 심정은 이 노래와 닮아있다. 


그리고 전역 후 지금은 언제든지 만나고 싶으면 만날 수 있고, 헤어질 때에도 그런 비감을 느끼지 않아 너무나도 좋다. 그들은 내게 그러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사람들이다! 


목포에서 산 이 옷은 처음 산 그날을 기억을 소환해주는 증표와도 같다. 이후로 한동안 이 옷을 입고, 진도와 해남 등을 그들과 여행을 했다. 몇 년 후 오리털 파카에 꽃혀 한동안 이 옷을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요즘 털 달린 옷들이 유행이라 그런지 기억이 나 옷장 저 깊이 있던 걸 끄집어내어 입었다.


오늘은 이 옷을 입고,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 나를 위로했던 사람들 3명 중 2명을 만나기로 했다. 또 입고 가면 그때 그옷이라며 또 그 이야기를 하며 나를 놀려댈 것이다. 그런 소재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언젠가 다시 기회가 되면 그때 그 장소를 그때 그 멤버와 함께 찾아 과거를 리멤버하고 싶다! 목포에서 느껴진 그 때 그 심정을 되짚어보며!



영산강 공무도하가


님아 님아 내님아

영산강을 건너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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