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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책

도올 김용옥 선생의 중용 인간의 맛

글쓰는 돼지 2016. 4. 8. 08:56

도올 김용옥 선생의 중용 인간의 맛


한 동안은 도올 김용옥 선생의 책과 같은 분야의 글을 읽지 않으려 마음 먹었었다. 그건 일종의 실존적 결단이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을 처음 알게 된 것이 벌써 17년이 흘렀다. 1999년 당시 도올 김용옥 선생은 인문학의 대중강의를 첫 신호탄으로서 브라운관에 등장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노자강의'는 EBS에서 방영되었음에도 그 시청률이 매우 높았으며, 그 대중적 인기 또한 치솟았다.



나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존재를 전해 알지 못했다. 단지 한 친구가 요즘 그 강의를 듣고 있다고 했다. 대만국립대학과 일본 동경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를 받은 도올 김용옥 선생! 학벌의 으리으리함은 학벌사회인 한국사람에게는 그 후광이 대단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강의 중에서도 명문대학교에서 공부하고 학위를 받은 이유는 그 학벌의 힘이 필요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중국어, 일본어, 영어로써 단련된 그의 학문적 성과는 내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무어라 말할 게 없지만, 최소 도올김용옥 선생의 강의능력과 퍼포먼스적 언변은 사람의 뇌리를 강하게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 교육현장에서 학생을 대할 때면 느끼지만, 그를 통해 집중력과 관심을 뽑아내고 유지시키는 능력은 정말로 중요한 자질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이 부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1987년 당시 전두환 군부정권 하에서 호헌철폐와 민감하고, 위태로운 시국상황에서 '양심선언'이라는 지식인으로서는 어쩌면 의무와 같지만, 결코 실행하기 힘든 일을 수행하고, 고려대학교 동양철학과 교수직을 사임한 인물이 도올 김용옥 선생이다. 이후 새롭게 늦깍이로 원광대학교 한의학과로 입학하여 자신의 몸철학의 일부를 이루는 학문체계를 수련한다.


수많은 면면에서 꽤나 열심히 산 인물임은 부정할 수 없고, 도올 김용옥 선생의 인물적 매력은 나와 상당히 잘 맞았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강의를 꽤나 많이 들었다. '노자와 21세기', '공자강의', '불교강의' 등 1999년 이후로 계속해서 방송사를 통한 강의는 거의 빼놓치 않고 들었다. '한국독립운동사'를 정리한 그의 강의 또한 매우 감탄하며 들었던 것이 벌써 10년전이다!



이쯤하면 나도 도올 김용옥 선생에 대한 정보와 이해도 수준이 높은 편이다. 이러한 나의 성향은 내 안에 내포된 취향의 반영일 것이다. 인문학적 지식은 매우 매력적이며, 읽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를 만큼 흥미롭다. 그러나 실제적 나의 삶은 비현실적이며, 이상적인 사태에서 멈춰서 있었고, 생존과 관련된 어떠한 대비를 해놓지 않았다는 자각과 어려움에 봉착한다. 비로소 내가 말도 안되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인문학은 중요하다. 그러나 생존과 실제적 삶은 직면한 문제이면서 시급한 문제이다. 생존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까지 나의 독서 편력에 의심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사놓은 책은 서가에 꽂혀 있고, 읽고 싶은 책은 너무나 많은데 나는 현재 무능력자다라는 자각은 꽤나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결심했다.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화단계에 접어들지 않는 한 결코 인문학분야의 책을 읽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1년이 넘게 잘 지켜 오고 있었다.


인생은 참으로 정답이 없는 것같다. 그러면서도 과거의 삶이 언제나 현재에 접속되고 활용된다라는 사실은 또 아이러니컬하게 다가온다. 실제적인 상황에서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한 상황이 비롯된 사실은 정말 흥미로운 것이다!


오랜 만에 서가의 책을 뽑아 들었다. 그 책이 바로 도올 김용옥 선생 저, 중용 인간의 맛이다!



이 도올 김용옥 선생의 중용 인간의 맛을 서가에 꽃아 놓은 것도 1년반이 넘었다. 읽지 않았다. 그럴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꺼낸다. 이 삶의 간극에서 벌어진 나라는 실존의 변화는 또 묘하게 다가 온다!


오랜만에 꺼내 들은 인문분야의 책이지만, 과거 꽤나 좋아했고, 읽으면서 흥분하고, 희열을 느꼈기에 그 과거의 감정이 순식간에 되살아난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문체과 표현방법, 수사는 이미 상당히 노출된 상태이기에 매우 편안히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거칠고 강렬한 피력을 메시지로 담기도 하고, 흥미진진한 서사구조로 이해를 시키기 위한 방편도 집중력을 끌어들인다.


도올 김용옥 선생 의 중용 인간의 맛에서도 도올 김용옥 선생의 능력치는 충만했다. 동양과 서양의 지식과 학문적 성과를 몽땅 틀어넣고, 그 안에 담는 키워드와 배경지식은 빛이난다. 동양고전인 '중용'을 설하면서도 서양의 철학을 이야기하고, 우리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이야기하고, 서양 기독교의 복음서에 관련된 문헌비평적 방법을 활용한다. 사실 이러한 도올 김용옥 선생의 집필방법과 논술구조는 상당한 배경지식 함양과 반복적 학습이 받쳐주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들다. 이 부분이 내가 보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매력이면서, 힘이다.



과거 우리의 유학적 전통은 사서삼경을 외우고, 그 의미적 해석은 고루하고, 역동적이지 못했다. 여전히 과거 유학적 전통에 기대고 있다면, 도올 김용옥 선생의 방법은 재미나다.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현대적 필요에 부응하고, 현대적 언어와 지식을 덧붙여 활용하는 것은 세련되기 까지 하다. 


누가 보면 내가 도올 김용옥 선생의 '빠'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건 빠가 아니다. 단지 내 취향과 맞아 떨어질 뿐이며, 내가 즐겁기 때문에 그 도올 김용옥 선생의 미디엄에 접속하고 있는 것이다. 그 흥미가 떨어지면, 요즘 사람들이 과연 계속 붙어 거기에 집중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적 삶에서 느껴지는 필요를 말하려면 이제까지 쓴 글은 인트로에 불과해지며, 글은 너무 길어질테니 일단 이쯤에서 마무리 한다. 결론만 말하면,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느끼는 피로와 스트레스, 문제의식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이 동양고전이라는 텍스트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고, 더구나 그것이 구체적인 집단에서의 실제적 필요성에 근거한 정보탐색이었다.


과연 이미 조선왕조 패망과 함께 그 수명이 끊어졌다고 생각되어지는 유학이 지금 금융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사회에서 어떤 효용성을 가질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뾰족한 대답을 할 수 없다. 단지 그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하는 직관적 필요성 뿐이라고 현재는 말할 수 있다.


일단 거시적 담론은 뒤로 미루고, 난 도올 김용옥 선생 저, 중용 인간의 맛에 대한 서두의 소회를 밝힌다. 중용을 말하는데 도올 김용옥 선생은 희랍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윤리학'을 말하고, 문헌비평적 이해를 위해 중국 진시황의 고고학적 발견과 기독교 성서 중 4대복음서에 대한 신학을 설명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관련이 없는 것이 아니라 문맥적 하나를 이룬다. 읽어보면 안다. 아는 만큼 보이기 이해할 수 없다. 


중용텍스트 가치를 말할 때에도 중용에 담겨져 있는 의미적 해석을 위한 밑작업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에 대한 언급과 맥락을 들어내고, 어원적 분석을 한다. 이것만으로도 지적 유희는 충분하다. 어쩌면 살면서 결코 혼자서는 하지 않을 단어의 학문적 놀이를 이 도올 김용옥 선생 저, 중용 인간의 맛에서는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도올 김용옥 선생 저, 중용 인간의 맛에서는 중용이라는 텍스트를 한문으로만 된 우리의 틀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서양텍스트로 번역된, 그래서 서양의 눈으로 보이는 중용에 대한 문헌적 의미도 이 책에 담아내고 있다. 


도올 김용옥 선생 저, 중용 인간의 맛 서두에 한국사의 비극, 남북분단과 6.25전쟁, 현재의 남북대치에 대한 현실감 있는 분석은 꽤나 설득력 있다. 정치적 색채를 넣는다면, 참으로 피곤하고, 비생산적인 이야기도, 지식인이면서, 학자인 도올 김용옥 선생의 필체를 통해 생생히 표현 될 때는 묘한 매력을 얻게 된다.



나는 도올 김용옥 선생이 예전 '불교강의'에서 한 말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도올 김용옥이라는 육신에 관심을 갖지 말고, 도올 김용옥이 메시지를 담아 말하고 글로 쓴 의미, 즉 법신에 관심을 가지라는 말! 도올 김용옥 선생의 사인을 받기 위해서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서재에 앉아 찬찬히 그의 글을 일고, 곱씹어 어떤 의미와 비판부분이 있는지를 사색하는 것!  나는 그래서 도올 김용옥 선생의 책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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