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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비가온 후 날씨가 추워졌다. 전기장판을 켜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는 데 왠지 낯설다. 따스한 기운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고장난 것이다. 빌어먹을! 14년간 썼으니 이제 자연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고도 생각했다. 보내주자!

 

옛님이 떠났으니 새로운 님을 맞이해야 할 터. 채널을 돌리다 평소 보지 않던 TV홈쇼핑에서 채널변경을 멈쳤다. 온수매트가 방송되고 있었다. '견물생심'이라 하지 않았는가. 물건을 보면  욕심이 나는 게 인간이니까. 그래서 홈쇼핑은 거의 보지 않았는데 '궁하면 통한다'더니 유심히 쇼호스트들의 현란한 이빨세례를 들었다.

 

제품명 "일월 뉴듀얼하트 온수매트(퀸)", 전자파도 없다고 해서 예전에 잠시 알아보았을때 물이 새고, 모터소리가 시끄럽다는 후기를 보고 단념했더랬다. 근데 모터도 없단다. 진보한 것이가? 더구나 듀얼이란다. 한쪽만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경비절감과 더운 곳과 찬 곳을 번갈아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어보였다.

 

 

 

 

그리고 방송이 끝났다. TV홈쇼핑을 보지 않는 이유는 약장사들처럼 줄줄 나오는 말에 현혹되어 산다는 기분이 유쾌하지 않을 뿐더러 시간의 촉박성과 끼워팔기 등 여러가지 판매전략에 농락당하기 싫어서 였다. 역시나 그러한 기분에 방송중에는 구매를 하지 않았다.

 

평소 '옥션'을 주로 애용하는지라 옥션으로 들어가 동일 상품을 검색했다. 훨씬 싸다.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하고 상세내용을 클린하여 살펴보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자세히 살펴보았다. 매트커버와 온수조절기의 디자인이 달랐다. 이름은 똑같은데 왜 다를까? 보다 상세한 정보를 살펴보았다. 전기안전인증번호가 있었다. 현대홈쇼핑에 다시 접속하여 전기안전인증번호를 확인해서 비교해 보았더니 앞숫자는 똑같고, 뒷숫자에서 차이를 발견햇다. 옥션에서의 제품은 '13-", 현대홈쇼핑에서는 "15_"로 시작했다. 상식적인 추론으로는 왠지 년도를 의미하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온수조절기도 달라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인터넷 판매광고에서는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는 것인가? 분명 똑같은 '뉴듀얼하트'라는 이름과 '2016년형"이라는 명칭을 달아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는 것인가? 이 부분에서 우리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반드시 필요한 상품이라면 우리는 꼼꼼히 따져보고, 판매자에게 속지 않고 모든 요소를 몽땅 이용해 가장 싼 가격으로 구매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이 순간부터 온수매트 구매행위가 일종의 게임처럼 느껴졌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자들의 상술과 트랩을 피해서 원하는 제품인 '공주'를 구하는 과정말이다. 이럴 때 비슷한 말의 마케팅 방식과 전략은 스테이지왕이라는 생각이 들였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좋다. 보다 본격적으로 정보탐색에 들어갔다. 제조사홈페이지에 접속한다. 일월 홈페이지. 역시나 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맨 밑에 온수매트가 일렬로 전시되어 있다. 프리미엄 굿밤, 투웨이, 뉴듀얼하트, 항균 안심 등 제품수가 4가지나 된다. 희안한 사실이다. 이 회사는 무슨 온수매트를 이리도 많이 개발했을까? 보다 자세히 관찰했더니 이미지 하단에 TV홈쇼핑들이 각각 들어가 있다. 굿밤은 GS홈쇼핑, 투웨이는 홈&쇼핑, 뉴듀얼하트는 현대홈쇼핑, 항균안심은 롯데홈쇼핑 등이다. 그렇다면 일월은 이 모든 제품을 홈쇼핑마다 다른 제품을 개발하여 개별공급을 한단 말인가? 갑자기 피로해진다. 그 상품들 사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설명이 없다. 생각을 더이상 멈춰야 겠다.

 

현대홈쇼핑에 접속하여 하나카드로 결재할 시에 7% 추가 할인하는 것이 있어 그냥 지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옥션의 즐비한 판매자들에게는 2015년에 생산된 상품은 없었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tv홈쇼핑보다 쌀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10분! 그냥 지르면 된다. 근데 왠지 망설여진다. 뭐 이 상품이 내일은 또 없겠어라는 생각에 잠을 청한다.

 

다음날 일어나 다시 접속하여 시간낭비하지 말고 그냥 구매하자라는 결단이 섰다. 근데 이게 왠일인가! 하나카드 혜택이 없어졌다. 그리고 다른 카드로 보다 낮은 할인율로 바뀌어있었다. 허탈했다. 왠지 만원을 빼앗긴 느낌이었다.

 

여기서 알게 된 사실이 바로 TV홈쇼핑과 카드사와의 제휴시스템이었다. 한시적으로 운영하며, 카드사 매칭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이곳 시장 생태계가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구매를 보류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2일 후 온수매트를 파나 싶어 홈쇼핑 채널을 돌리는데 CJ오쇼핑에서 스팀보이 온수매트를 방송하고 있었다. 워낙에 전기매트는 일월이 가지고 있는 프리미엄이 강하고, 스팀보이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별 관심없이 보는데 마음이 서서히 바뀌는 것이다. 일단 온수조절기의 디자인이 동그란 게 좋게 보면 달항아리요, 나쁘게 보면 '요강'이라 관심이 절로 갔다.

 

 

 

호스 연결하는 연결부위도 일월이 두개 인데 비하여 스팀보이는 1개로 매우 간편해보였다. 물안에는 항균필터라는 눈에 띄게 좋아보이는 요소도 눈에 띄었다. 더구나 CF모델이 김희애였다. 사실 TV광고를 하는 기업의 제품은 분명 비싸다. 광고비도 매겨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만큼 효과는 좋고, 사람들의 신뢰도는 쌓인다. 그 이면으로는 스팀보이의 강한 의지를 볼 수 있다. 팔고야 말겠다는 의지!

 

 

 

혹시나 해서 옥션에서 해당상품의 금액을 확인해본다. 이는 마치 관련 상품의 시장선호도를 살피는 것과 같다. TV홈쇼핑보다 몇만원 더 비싸게 형성되어 있다. 여기서 또 추측해볼 수 있는 사실은 TV홈쇼핌에서 동종상품을 판매할 때는 제조사와의 협상으로 가장 마진율을 적게 하여 출시하고 박리다매형식으로 판매전략을 기획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결국 CJ오쇼핑에 회원가입을 하고 물품을 구매했다. 호재는 또 있다. 바로 쿠폰적용이다. 무슨 가을대비 쿠폰이었는데 2% 추가로 할인을 해주는 것이다. 자동주문으로 천원 더 할인하여 248,000원을 222,000원까지 다운시켜 구매할 수 있었다. 왠지 2만원 번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는 모두 TV홈쇼핑의 오묘하고도 치밀한 판매전략과 홍보, 제조사와의 협상, 카드사와의 제휴, 소비자들의 행동패턴과 심리과정을 고려한 결정체가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대기업이 어떻게 돈을 버는가에 대하여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는 것이다.

 

 

 

이번 구매과정에서 얻은 잠정적 결론은 이렇다. 사고자 하는 상품에 대하여 여러 시장조사를 하면 관련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는 것과 꼭 사야할 제품이 있다면 시기를 보아 TV홈쇼핑에서 할인율이 가장 많이 잡히고, 사은품까지 끼여있는 상품을 사라는 것이다. 즉, TV홈쇼핑은 소비자세력을 키우는 것이다. 싼 물건을 사게 했다는 신뢰를 만들어 소비자들을 계속 유인하는 전략말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TV홈쇼핑에 접속하게 될 것이고, 결국 하나의 거대한 소비자세력을 거저 얻게 되는 것이다. 이로써 TV홈쇼핑은 안전한 판매루트를 얻고, 각 상품별 제조사와의 협상을 통해 좋은 가격으로 협상을 하고 판매실적으로 영업비용을 취하는 구조가 아닐까?

 

어찌되었든 사고자 하는 제품이 있다면 한동안 시기를 정하여 최적의 골든타임을 파악하여 과감히 질러라. 시간이 지나면 엉뚱한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얻은 체험은 필요한 상품이 없는 경우엔 TV홈쇼핑을 보지 말아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자꾸 사고 싶어진다! 견물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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