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목포에서 군생활을 할 때다. 친구들과 후배가 면회를 왔다. 영내 생활을 하는 중이라 외출증을 끊고 위병소에서 반가운 얼굴을 마주한다. 이 먼 길을 온 그들의 마음씀씀이는 십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그 당시 너무나 힘든 상황이었기에 그들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천사처럼 보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충분한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정복을 입고 나온지라 돌아다기기 무엇하여 목포역 앞 쇼핑몰로 향했다. 이곳에 있는 콕스 상점에 들어가 옷을 입어본다. 털달린 블랙 점퍼가 눈에 띈다. 입고 옷이 잘 맞는지 몸을 움직여보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힘을 주는 순간 '찌지직~'하는 소리가 들린다. 주머니가 찢어진 것이다. 순간 당황하여 점원과 사장을 바라본다. 그들도 놀란 눈치다. 황급..
어렸을 땐 만화를 많이 좋아했다. 형과 난 만화책을 많이 사드렸고, 우리집은 거의 만화방에 가까운 수준의 만화책이 쌓였다. 학교의 친구들은 우리집에 오는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만화책을 보기 위해서였다. 어떤 놈은 우리집 만화책을 빌려가 꿀꺽하기도 했다. 성인이 된 이후 만화책에 대한 미련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때 내 만화책을 꿀꺽한 인간들은 기억한다. 1989년 12월 눈이 펑펑 오는 밤이었다. 형이 만화책을 사러 동네 서점에 간다는 것이다. 그 당시 잡지 만화책이었던 '아이큐 점프'라는 만화책이었다. 이 때가 아마도 처음으로 만화책을 산 날이 아닌가 싶다! 형이랑 함께 밤하늘 아득하게 내리는 눈을 맞으며, 만화책이 든 비닐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간 기억이 선하다. 겨울은 참 이런 맛이 있는 계절이다...
몇 년전 외할머니댁에 갔었다. 하룻밤을 자고, 잠에서 덜 깬 상태였지만, 여느 시골이 마찬가지듯 이른 새벽부터 외할머니께서는 아침준비에 여념이 없다. 외손자가 깰까 조용한 움직임으로 아침밥상을 차리시는 외할머니의 배려심은 언제나 한결같다. 시골밥상이라는 게 간소하며 투박하지만 어렸을 적부터 방학마다 놀러온 시골밥상에 익숙해져 있고, 구수한 시골밥상이 언제나 향수를 자극한다. 된장찌게와 함께 오른 반찬은 계란찜! 노란 색깔이 매우 진했다. 숟가락으로 계란찜을 큼지막히 구멍을 내어 퍼 입속에 넣는다. 깜짝 놀랐다. 이전에 먹어보지 못한 계란찜맛이다. 무어라 표현하기 힘들만큼 계란찜은 입에서 살살 녹았고, 단백한 계란맛이 뇌를 진동시킨다. 이제까지 먹어오던 계란찜은 도대체 무언인가하는 생각마저 드는 감동적인 ..
아는 분이 일본 여행 관광을 다녀왔다. 2박 3일로 짧은 기간동안 도쿄를 돌아다녔다고 한다. 일본 도쿄도청, 오다이바, 하라주쿠, 신주쿠, 레인보우 브릿지, 일본 디즈니랜드 등 말하면 알만한 곳 위주로 다닌 것이다. 그리고 돌아와 갑작스레 선물을 하나 전달 받는다. 일본술 사케다! 이 일본술 사케의 특색은 따끈하게 데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겨울 수영모임에서 일본 선술집 하나를 들어가 난생 처음 사케를 마셨다. 추운 겨울, 언 몸을 녹이는 데에도 한몫하고, 더구나 따끈한 술이라는 게 참 묘하게 다가왔다. 몇 잔 들이켰더니 어느새 술기운이 확 퍼진 기억이 난다. 일본술 사케는 그러한 매력이 있다. 근데 사케 선물을 받아드니 벌써 입 안에서 침이 고인다.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사케의 이름은 K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