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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수원역을 향했다. 전철에 타자 마자 앉을 자리가 생겼다. 잽싸게 자리를 쟁취했다. 아줌마가 경쟁자였다면 결코 앉을 수 없는 자리였다. 자리에 편히 앉아 예전 스승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인생이란 알 수가 없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코메디공화국이라 정해진 법칙도 없다. 운이 작용하는 사회, 한국사회에서 교수에 임용되는 것도 운의 소관이다. 전철에 올랐을때 바로 자리가 나 앉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도착역까지 자리가 없어 서서가는 사람도 있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새삼 요즘 이 말이 가슴 깊이 와닿는다. 세상사 운이 따르지 않으면 고생에 비해 보람이 없다. 그러나 운의 흐름을 타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결코 그 운을 내 것으로 만들 수도 없다. 그래서 '운칠기삼'이라고 하지 않던가! 앉아 눈을 감고 수원역에 도착할 때까지 그렇게 졸며 깨어나는 것을 반복하며 왔다.









얼마만이던가! 내 기억으로는 1년반만이다. 수원역에 도착하자 수많은 인파들이 쏟아져 나온다. 워낙에 나야 오랜 기간을 수원역에 왔었기에 이곳의 풍경이 눈을 감아도 보일 정도다. 그러나 수원역사의 풍경은 왠지 모르게 새로웠다. 선물을 사기 위해 도착한 곳은 수원역사를 낀 애경백화점 2층이었다. 이곳 수역역사와 애경백화점이 생긴지도 내 기억으론 언 15년이 거의 다 되어 가는 듯 하다. 예전 오래된 수원역의 이미지가 아직도 선하다. 수원역에서 통일호나 비둘기호를 타고 조치원역으로 향하던 초등학교의 기억이 새록난다. 

그러나 새천년이 들어선 후 이곳 수원역사를 새롭게 짓기 시작했으며, 대략 2002년쯤 자리를 잡은 것으로 기억난다. 그리고 2004년에 전철이 뚫리고 이곳을 이용하던 빈도가 많이 줄었다. 수원역사 밑 애경백화점 지하엔 예전에 내가 그리도 좋아하던 다코야끼집이 있었다. 그러나 2014년, 작년에 그 기억을 따라 왔는데 없어져버렸다. 그때 얼마나 아쉬웠던지 아직까지도 그때 먹은 다코야끼를 능가하는 맛을 느껴보지 못했다. 정말 그 다코야끼는 일품이었다. 그땐 급하게 친구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돌아다니다 이쁘게 생긴 모찌떡을 사서 평택으로 향했던 것이 작년 4월이었다.



오늘 다시 이곳 애경백화점을 들어선 순간 완전히 새로운 풍경이 들어선다. 높은 천장은 물론이고, 넓은 길에 은은한 조명이 더해져 멋스러울 정도였다. 여기 오기전 잠시 들른 영등포 롯데백화점은 마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큰 대로를 떠벅떠벅 걸어 찾고자 한 목표 상점에 들어서 선물을 사고 나오는 데 참 그 직원이 너무나 친절하여 전체적인 인상이 완전히 굳어졌다. 


내친 김에 이곳 2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꼭대기층까지 올라 구비구비 쑤시고 돌아다녔다. 6층에 있는 CGV 로비도 완전히 변했다. 2004년 형과 이곳에서 캐러비언의 해적을 보았는데 그땐 멀티플렉스 치고 너무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근데 지금은 전혀 달라진 것이다. 옆으로 내가 좋아하는 버거킹과 스쿨푸드 상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2007년 잠시 휴가를 나와 친구들과 함께 이 수원역사 애경백화점 6층 언저리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테이블사커 게임을 했더랬는데 그 장소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대략 그 위치에는 다른 상점으로 대체된 듯 하다. 근데 꼭대기층 오락실에서 그 테이블사커를 보고 너무나 반가웠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본 느낌이랄까.



간만에 들른 수원역사와 애경백화점의  상전벽해와 같은 풍경에서 다시 한번 내가 사는 세상의 흐름에 놀라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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